제목
어제의 오렌지
저자/출판사
지은이 : 후지오카 요코
옮긴이 : 박우주
출판사 : 달로와
줄거리 및 요약
배경은 도쿄의 어느 한 병원. 주인공 ‘료가’군이 어렸을 적 동창이었던 ‘야다 이즈미’와 조우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료가는 현재 도쿄의 한 식당에서 점장을 맡고 있으며, 그의 친구 야다는 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 둘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사실 료가는 이 날 검사결과를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길이었는데, ‘악성 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불행이 다가오는 데 적절한 시기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은 원망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필 왜 자신에게 왜 이런 불행이 찾아온 것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좀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머릿속에 하나 둘 생각이 정리되며 현실임을 깨닫는 순간 모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다.
‘위암’이라는 사실을 먼저 눈치챈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 ‘다카나’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잦은 구토가 위암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기 힘든 이 비보를 터놓고 전할 수 있는 것은 평생 친구처럼 지내온 형제 ‘교헤이’뿐이었다.
소식을 들은 교헤이는 바로 병원을 찾았고, 주인공 료가는 바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정황이 확인되어 희망을 갖긴 쉽지 않았다. 믿음을 갖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료가는 어릴 적 교헤이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나기’산에 등산을 갔다가 조난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교헤이와 료가는 각각 선물 받은 파란색, 오렌지색 등산화를 신고 눈 덮인 산을 올랐는데 실수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경로를 이탈하게 된다.
교헤이의 젖은 등산화를 대신해 자신의 오렌지색 등산화를 내어준 료가는 안타깝게도 동상이 걸리게 되고 그 흔적은 발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하지만 늘 침착하고 성실했던 료가의 기지 덕분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국 희망을 잃지않고 구조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료가의 증상은 더 악화되었다. 차도가 있는 듯 하다가 급격히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료가는 서서히 불씨를 잃어갔다.
주인공은 점점 짙어지는 그림자가 자신을 엄습해오는걸 느꼈고 너무나 두려워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기 위해 과거 조난 당했을 때 두려움과 절망에 맞섰던 당시의 용감무쌍함을 상기시키고자 친구들과 함께 나기 산을 다시 찾게 된다.
등반을 하는 동안 자신을 챙겨주는 주변사람들과 본인 스스로에 관한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참 본인답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그간의 발자국을 돌아보게 된다.
문득 문득 이들의 뒤로 펼쳐지는 멋진 저녁 노을,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당시 둘도 없는 내 가족에게 내어주었던 등산화. 눈 속에서 이들이 구조될 당시 아버지의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바로 그 색.
이 책에서 오렌지는 ‘희망’이었다.
‘암 투병’과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눈물 즙을 짜내려는 클리셰가 없어서 덕분에 더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료가의 상태가 변해갈수록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심정이 시시각각 어떻게 변해가는지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
.
.
사실 읽는 내낸 1년여의 고생스러운 투병 끝에 작년 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지금도 아주 가끔은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느닷없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한동안 잠식당해 있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은 슬픔을 극복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
.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늘 궁금했었다.
‘지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하고 말이다.
사실 그때의 나는 아버지 대답을 듣는게 두려웠던 건 같다. 혹시나 눈치 빠른 내가 아버지의 대답 속에서 혹여 '단념'이나 '포기'를 엿보게 될까봐 겁이났고 무서웠다.
그랬다.
그래서 나는 끝내 묻지 못했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이번 서평을 마친다.
끝.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들
“왜, TV리모컨 같은 데 보면 5번 부분에 작은 돌기가 나 있는 거 몰라? 눈이 불편한 사람도 거기가 5번이라는 걸 알고 조작이 가능하게끔. 그리고 어두울 때도 알아차릴 수 있게끔 말야.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료가 군은, 어려울 때 저절로 찾게 되는 사람이야.”
그 점을, 그 애가 어릴 적 더 많이 칭찬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주변을 깨끗이 정리할 줄 아는 깔끔함을.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착실함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실함을. 무언가에 대한 좋고 싫음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진중함을. 자신의 의견을 구태여 내놓지 않는 상냥함을. 엄마인 내가 제대로 입 밖에 내어 인정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거기서부터는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자신의 신발로 덧새기듯 걸어 나갔다. 누군가 이 길을 걸어왔다. 자신은 그 뒤를 쫓고 있다. 그것은 살아가는 것, 죽는 것과 닮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람은 계속해서 삶을 걷다가 이윽고 어딘가에서 그 걸음을 멈추는 것이다. 조금도 대수로울 것 없다.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엄마 아빠는 제 인생이 짧아 가여우신가요?
하지만 저는 가엾지 않아요.
제 인생은 정말로 행복했어요.
가족들 덕분에 즐거운 일투성이었어요.
저는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읽고 나서
불행이 찾아오기에 적당한 시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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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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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료가는 이 날 검사결과를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길이었는데, ‘악성 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불행이 다가오는 데 적절한 시기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은 원망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필 왜 자신에게 왜 이런 불행이 찾아온 것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좀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머릿속에 하나 둘 생각이 정리되며 현실임을 깨닫는 순간 모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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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이라는 사실을 먼저 눈치챈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 ‘다카나’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잦은 구토가 위암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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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이 비보를 터놓고 전할 수 있는 것은 평생 친구처럼 지내온 형제 ‘교헤이’뿐이었다.
소식을 들은 교헤이는 바로 병원을 찾았고, 주인공 료가는 바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정황이 확인되어 희망을 갖긴 쉽지 않았다. 믿음을 갖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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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료가는 어릴 적 교헤이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나기’산에 등산을 갔다가 조난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교헤이와 료가는 각각 선물 받은 파란색, 오렌지색 등산화를 신고 눈 덮인 산을 올랐는데 실수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경로를 이탈하게 된다.
교헤이의 젖은 등산화를 대신해 자신의 오렌지색 등산화를 내어준 료가는 안타깝게도 동상이 걸리게 되고 그 흔적은 발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하지만 늘 침착하고 성실했던 료가의 기지 덕분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국 희망을 잃지않고 구조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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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며 료가의 증상은 더 악화되었다. 차도가 있는 듯 하다가 급격히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료가는 서서히 불씨를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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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점점 짙어지는 그림자가 자신을 엄습해오는걸 느꼈고 너무나 두려워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기 위해 과거 조난 당했을 때 두려움과 절망에 맞섰던 당시의 용감무쌍함을 상기시키고자 친구들과 함께 나기 산을 다시 찾게 된다.
등반을 하는 동안 자신을 챙겨주는 주변사람들과 본인 스스로에 관한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참 본인답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그간의 발자국을 돌아보게 된다.
💡
문득 문득 이들의 뒤로 펼쳐지는 멋진 저녁 노을,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당시 둘도 없는 내 가족에게 내어주었던 등산화. 눈 속에서 이들이 구조될 당시 아버지의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바로 그 색.
🤔
이 책에서 오렌지는 ‘희망’이었다.
🤔
‘암 투병’과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눈물 즙을 짜내려는 클리셰가 없어서 덕분에 더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료가의 상태가 변해갈수록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심정이 시시각각 어떻게 변해가는지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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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읽는 내낸 1년여의 고생스러운 투병 끝에 작년 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지금도 아주 가끔은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느닷없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한동안 잠식당해 있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은 슬픔을 극복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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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늘 궁금했었다.
‘지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하고 말이다.
사실 그때의 나는 아버지 대답을 듣는게 두려웠던 건 같다. 혹시나 눈치가 빠른 내가 아버지의 대답 속에서 '단념'이나 '포기'를 엿보게 될까봐 겁이났고 무서웠다.
그랬다.
그래서 나는 끝내 묻지 못했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이번 서평을 마친다.
끝.
이 둘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
사실 료가는 이 날 검사결과를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길이었는데, ‘악성 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불행이 다가오는 데 적절한 시기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은 원망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필 왜 자신에게 왜 이런 불행이 찾아온 것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좀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머릿속에 하나 둘 생각이 정리되며 현실임을 깨닫는 순간 모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다.
✏
‘위암’이라는 사실을 먼저 눈치챈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 ‘다카나’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잦은 구토가 위암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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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이 비보를 터놓고 전할 수 있는 것은 평생 친구처럼 지내온 형제 ‘교헤이’뿐이었다.
소식을 들은 교헤이는 바로 병원을 찾았고, 주인공 료가는 바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정황이 확인되어 희망을 갖긴 쉽지 않았다. 믿음을 갖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료가는 어릴 적 교헤이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나기’산에 등산을 갔다가 조난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교헤이와 료가는 각각 선물 받은 파란색, 오렌지색 등산화를 신고 눈 덮인 산을 올랐는데 실수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경로를 이탈하게 된다.
교헤이의 젖은 등산화를 대신해 자신의 오렌지색 등산화를 내어준 료가는 안타깝게도 동상이 걸리게 되고 그 흔적은 발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하지만 늘 침착하고 성실했던 료가의 기지 덕분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국 희망을 잃지않고 구조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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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며 료가의 증상은 더 악화되었다. 차도가 있는 듯 하다가 급격히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료가는 서서히 불씨를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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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점점 짙어지는 그림자가 자신을 엄습해오는걸 느꼈고 너무나 두려워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기 위해 과거 조난 당했을 때 두려움과 절망에 맞섰던 당시의 용감무쌍함을 상기시키고자 친구들과 함께 나기 산을 다시 찾게 된다.
등반을 하는 동안 자신을 챙겨주는 주변사람들과 본인 스스로에 관한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참 본인답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그간의 발자국을 돌아보게 된다.
💡
문득 문득 이들의 뒤로 펼쳐지는 멋진 저녁 노을,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당시 둘도 없는 내 가족에게 내어주었던 등산화. 눈 속에서 이들이 구조될 당시 아버지의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바로 그 색.
🤔
이 책에서 오렌지는 ‘희망’이었다.
🤔
‘암 투병’과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눈물 즙을 짜내려는 클리셰가 없어서 덕분에 더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료가의 상태가 변해갈수록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심정이 시시각각 어떻게 변해가는지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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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읽는 내낸 1년여의 고생스러운 투병 끝에 작년 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지금도 아주 가끔은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느닷없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한동안 잠식당해 있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은 슬픔을 극복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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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늘 궁금했었다.
‘지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하고 말이다.
사실 그때의 나는 아버지 대답을 듣는게 두려웠던 건 같다. 혹시나 눈치가 빠른 내가 아버지의 대답 속에서 '단념'이나 '포기'를 엿보게 될까봐 겁이났고 무서웠다.
그랬다.
그래서 나는 끝내 묻지 못했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이번 서평을 마친다.
끝.
이 둘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
사실 료가는 이 날 검사결과를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길이었는데, ‘악성 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불행이 다가오는 데 적절한 시기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은 원망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필 왜 자신에게 왜 이런 불행이 찾아온 것인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좀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머릿속에 하나 둘 생각이 정리되며 현실임을 깨닫는 순간 모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 하다.
✏
‘위암’이라는 사실을 먼저 눈치챈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 ‘다카나’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잦은 구토가 위암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믿기 힘든 이 비보를 터놓고 전할 수 있는 것은 평생 친구처럼 지내온 형제 ‘교헤이’뿐이었다.
소식을 들은 교헤이는 바로 병원을 찾았고, 주인공 료가는 바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정황이 확인되어 희망을 갖긴 쉽지 않았다. 믿음을 갖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료가는 어릴 적 교헤이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나기’산에 등산을 갔다가 조난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교헤이와 료가는 각각 선물 받은 파란색, 오렌지색 등산화를 신고 눈 덮인 산을 올랐는데 실수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경로를 이탈하게 된다.
교헤이의 젖은 등산화를 대신해 자신의 오렌지색 등산화를 내어준 료가는 안타깝게도 동상이 걸리게 되고 그 흔적은 발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하지만 늘 침착하고 성실했던 료가의 기지 덕분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국 희망을 잃지않고 구조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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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며 료가의 증상은 더 악화되었다. 차도가 있는 듯 하다가 급격히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료가는 서서히 불씨를 잃어갔다.
✍
주인공은 점점 짙어지는 그림자가 자신을 엄습해오는걸 느꼈고 너무나 두려워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기 위해 과거 조난 당했을 때 두려움과 절망에 맞섰던 당시의 용감무쌍함을 상기시키고자 친구들과 함께 나기 산을 다시 찾게 된다.
등반을 하는 동안 자신을 챙겨주는 주변사람들과 본인 스스로에 관한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참 본인답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며 그간의 발자국을 돌아보게 된다.
💡
문득 문득 이들의 뒤로 펼쳐지는 멋진 저녁 노을,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당시 둘도 없는 내 가족에게 내어주었던 등산화. 눈 속에서 이들이 구조될 당시 아버지의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바로 그 색.
🤔
이 책에서 오렌지는 ‘희망’이었다.
🤔
‘암 투병’과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눈물 즙을 짜내려는 클리셰가 없어서 덕분에 더 담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료가의 상태가 변해갈수록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심정이 시시각각 어떻게 변해가는지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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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읽는 내낸 1년여의 고생스러운 투병 끝에 작년 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지금도 아주 가끔은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느닷없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한동안 잠식당해 있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은 슬픔을 극복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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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늘 궁금했었다.
‘지금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하고 말이다.
사실 그때의 나는 아버지 대답을 듣는게 두려웠던 건 같다. 혹시나 눈치가 빠른 내가 아버지의 대답 속에서 '단념'이나 '포기'를 엿보게 될까봐 겁이났고 무서웠다.
그랬다.
그래서 나는 끝내 묻지 못했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이번 서평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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