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쓸 만한 인간
저자
박정민
기억에 남는 글귀
사람들이 한 사람을 이르는 것이라 하여 '이름'이란다. 참 많은 이름이 있다. 가급적 많이 부르려 한다.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지 않아도 좋다. 서로 기분만 좋으면 그만이다. 서로 이름을 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참 큰 의미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내게 와서 "정민아."라고 했을 때, 그 감동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부르면 닳는 것도 아니고 많이 부르면서 살자는 말이다.
"저는 박정민입니다. 이름이 뭐에요?"
요약 및 줄거리
여하튼 여행은 이토록 흥미롭다. 어쩌면 평생 만나볼 수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조금만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시길. 적지 않은 돈이지만, 적지 않은 경험과 사람을 얻을 수 있다.
여행은 그런 것. 오히려 역향수를 불러일으켜 한동안 우울감에 빠져버리게 하는 그런... 당신의 평생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행을 단 한번이라도 하시길 진심으로 빌겠다.
아무튼 영화 같은 인생 참 힘이 든다. 하지만 결국 힘이 들어도 이런 인생도 있다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본인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배우들이 밤을 지새우며 활자와 싸운다.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럴싸하게, 있음직하게 표현해야 관객들이 최소한의 감동을 느낄 것이다. 영화같은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이렇게 영화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인생도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영화 같은 인생일 것이다.
요지는 책을 읽자는 거다. 책을 통해서라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이고, 좌절한 자를 사랑할 수도 있고, 형사가 되어 범인을 쫓을 수도 있고, 헤어진 연인과의 기적 같은 재회도 가능하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이 뭔가. 특별하다? 잘나간다? 바지통 6반으로 줄이고 머리에 젤 바르는 상남자스타일? 아니,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 행복하시라.
생각해보면 참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덕분에 선물 포장을 잘하게 됐고, 오토바이도 잘 타게 됐고, 지붕 개보수도 할 수 있게 됐고, 문서 정리, 장부 정리를 포함 각종 정리에 능숙하게 됐고, 초등학생들을 따끔하게 혼낼 줄도 알게 됐다.
(중략) 지금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열심히 남의 돈을 버는 20대가 많을 것이다. 그들을 고용하는 이들에게 부탁드린다. 부디 그 20대의 고귀한 능력을 쉽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은 30대에 빛나기 위해 20대에 몇천원이 경우 넘는 시급과 타협하는 거다. 결코 그들의 능력이 최저시급의 값어치가 아니란 걸 알아두었으면 한다. 결코 그들을 찍으면 간단하게
가격이 매겨지는 바코드로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나다. 그들이 바코드밖에 못 찍어서 바코드를 찍고 있는게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이건 이래서 좋다.'보다 '이건 이래서 별로다.'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별로인 게 적으면 좋은 거고 별로인 게 많으면 그야말로 별로인, 가히 네거티브한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깐깐해지고 재수 없어지더라는 거다.
언제나 좋은 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어도 언젠가 좋은 팀에 속해 있을 수는 있을 거다. 모두가 강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신의 팀을 강팀으로 만들 수 는 있을거다. 뒤에서 받쳐주는 동료들을 믿고 다들 지금 하고자 하는 일들 모두 다 이뤘으면 좋겠다. 늘 그렇듯, 결국엔 다 잘될 테니까 말이다.
'어떻게 개를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어떻게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개는 없습니다.'
당신이 키우고 있는 그 강아지는 당신을 위해 목숨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 집에다 똥오줌을 싸놓는 것, 마구 짖어대는 것, 밥을 축내는 것은 그 개를 버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원래 영역 표시를 위해 변을 여기저기 싸고, 위험하면 짖고, 배고프면 먹고, 이것저것 물어뜯는 게 개다. 그런 강아지들을 사랑하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키우지 마시라.
당신은 개를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 말이다.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강아지 버리지 마시라.
지구의 주인은 늘 그렇게 바뀌어왔다. 인간이 지구의 최강자였던 시간도 그리 길지 않으니, 그보다 강한 존재가 등장하는 건 지구의 역사로 봤을 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파괴한 인간의 오만함이 더 이상한 일이다. 인간은 보통 오만한 인간을 혐오하지만,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로 이미 오만한 경우가 많다.
동물을 학대하는 인간을 혐오하면서도,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읽고 나서
'파수꾼'을 시작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시동', '타짜3' 등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이 책의 저자 '박정민'이란 배우를 접하게 되었다.
책을 고르던 중 책표지에 떡 하니 낯익은 배우의 얼굴이 있기에 '이 친구 책도 쓰나?'하고 생각하던 찰나 얼마전 TV 예능 프로인 '나 혼자 산다.'에서 모니터 속 껌뻑 껌뻑 거리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 이 배우 글을 쓰는 사람이였구나.'
그의 문체는 말 그대로 '길들여 지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린다. 그냥 평소 그가 하는 생각의 흐름대로 혹은 어떠한 경험이나 사건을 통해 느낀 감정이나 깨달음을 그의 호흡과 말투 그대로 이야기하듯 옮겨놓았다.
영화로 그를 접했을 때 주연급 배우치고는 뚜렷한 본인의 색깔이 없다고 느껴졌었지만 이내 '그것이 오히려 그의 큰 장점이 아닐까?'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기에 여러 다양한 작품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의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변신하며 여러 영화를 종횡무진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전달된 그의 느낌은 대략 이랬다.
약간은 찌질한 느낌을 지울수 없고, 다소 보수적이며, 나이에 비해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고(그는 87년생이다), 유명한 연예인치고 이상하게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나는데 그의 이런 면들이 굉장히 인간미 넘치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배웁니다."
"뭐 배우시는데요?"
"아니 배우라고요."
"아.. 못 봤는데. 엑스트라?"
"들어가서 노시죠"
다소 두서없는 생각의 흐름과 열 번의 시도 중 겨우 두 번 정도만 피식하게 만드는데 성공하는 그의 개그 코드를 따라 읽다보면 꼭 그 길의 끝에는 희망과 응원의 메세지가 있다. (체감상 전체 에피소드 중 약 70% 정도는 "걱정같은 거 하지 마시라." "어차피 다 잘 될테니." "내일은 오늘보단 나을테니" 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동네 어릴적 친구들과 욕을 섞어서 서로 농담을 던지가며 놀러다니며, 연애에 있어서나 사회에 발을 내딛는 과정에서는 그 서투름으로 인해 도전과 시련의 경험을 반복한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는 그의 인생 한 장면 장면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또 느끼고, 그리고 그런 과정들을 통해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기록해놓았다.
일반적인 사람들 누구나 겪을 법한 경험에서도 그가 무언가 더 특별한 깨달음을 얻고 글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을 보곤 아마 ‘그는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기울이는데 어느 정도 습관이 벤 사람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런 시간과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 '차기 국민배우로 기대되는 슈퍼루키' 중 한 명으로 꼽히는게 아닐까.
가끔은 늘어지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금같은 시간을 허비해버리기도 하면서, 때론 영화제에 참석하여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박수를 치며, 동시에 미래에 수상소감과 멋진 나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지금도 그는 하루 하루 더 성장하고 있다.
지금도 그는 꾸준히 무언가를 적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고, 아마도 그의 새로운 에세이집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또 출간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남의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쓸만한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쓸 만한 작가이기에 앞으로 출현하게 될 영화 속에서의 그의 모습도 기대되지만, 그 못지않게 언젠가 출간될 그의 두번째 책 또한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우리는 하루 하루 각자의 영화를 찍고 있는 중이며, 어제와 다를바 없는 오늘은 없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어떤 장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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