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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일상 🚀/독후감 📚

[독후감] 여행의 이유

by 버닝 아이스 🔥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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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제목

여행의 이유

 

저자

김영하

 

기억에 남는 글귀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요약 및 줄거리

 

추방과 멀미

첫 여행 그리고 키미태(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의 추억. 멀미란 예측하지 못하는 변화와 움직임을 뇌가 위험 신호로 감지해 몸에게 알려주는 현상이다. 대학 시절 중국으로의 첫 여행에서 마주한 사회주의의 모습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으며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대비해 멀미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방어기재가 발동하였던 것은 아닐까. 귀 밑에 키미태를 붙이고 떠났던 그의 첫 해외 여행. 마음을 다잡고 소설을 쓰고자 홀로 중국으로 떠나려다가 비자 문제로 추방을 당하게 되었고, 문득 그때의 향수가 떠올랐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며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P51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추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드로 결제하실 건가요, 아니면 현금으로?'' 엄중한 순간에 던져지는 이러한 사소한 질문에 대해, 그 기묘한 효과에 대해, 직업적 호기심으로 생각해보곤 한다. 예를 들어 형장에 들어서는 사형수에게 계단으로 올라갈 건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건지를 물을 수 있다.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예정된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인간은 약간의 고심을 할 수 있고 눈 앞에 닥쳐온 진짜 문제를 잠시 망각할 수 있다. -P10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 부터 달아나기

호텔이 주는 느낌이 좋다. 기쁘고 슬픈 기억들, 기억하고 싶은 혹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모든 것들이 오래된 집에서 마치 벽지에 물들어버린 얼룩처럼 스며있다. 가끔 이런 공간을 떠나 싱그럽고 이질적인 환경에 나를 놓아두고 싶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P65

 

 

오직 현재

고민과 걱정이 가득한 미래, 후회와 슬픔이 남아있는 과거가 아닌 오직 지금 바로 이순간 내가 서있는 이 곳과 함께 하는 사람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보통 인간들은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중략)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P82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인간은 포유류 중 가장 많이 걷는 종이며, 고대 여덟 시간 이상을 쫓아 사냥감을 탈진시켜서 잡는 사냥 방식 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우리는 현재 VR(가상현실) 등의 놀랍도록 발전한 최신기술로 무수히 많은 것들을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누릴 수 있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여행객들은 늘고 있으며 앞으로 첨단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다양하게 발전하느냐와 무관하게 인간은 지속적으로 여행을 추구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저가가 출연했던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어딘가로 여행을 가서 일과 시간 동안 각자 원하는 동선으로 따로 움직인 뒤 저녁에 함께 둘러앉아 자신이 다녀보며 보고 느낀 점,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바로 대표적인 '탈여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서울에 대한 책을 정독한 외국인이 나보다 더 정확하게 서울의 총체적인 정보를 알 수도 있다는 것과 같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여행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이는 자기 집 거실 소파에 누워 편하게 시청하는 시청자들이라는 이야기이다.

 

영어에 'Armchair traveler'라는 표현은 '방구석 여행자'라는 뜻으로 약간은 비꼬는 표현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옇애 에세이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떤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품으며, 기회가 되면 그 곳을 다녀온다. 그러나 일인칭으로 수행한 우리의 여행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 TV의 여행 프로그램이나 타인을 통해 자신의 경험위에 간접적인 경험이 쌓이게 된다. 이렇게 내가 직접 경험한 여해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 관연 그림자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림자가 없는 이는 모두가 배척했고 그림자를 다시 얻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자신의 영혼을 파는 것 뿐이었다. 저자는 아마도 이 그림자라는 것이 '성원권'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원권'이란 구성원으로써의 자격을 의미하는데 이는 어떤 울타리안에 책임과 의무를 지니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받아들여지므로써 얻을수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었고 이를 촉발시킨 시발점인 월가를 향한 시위 '월 스트리트를 저지하라(Occupy Wall Street)'가 벌어지던 2011년 뉴욕의 주코티공원에서 한 명의 이방인이던 저자 김영하는 그림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사람들은 대부분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순간을 기억하지만 그 바로 한 해 앞선 1968년 12월, 인류는처음으로 달 궤도를 돌았고 이 아폴로8호는 지구로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당시로써는 매우 충격적이었던 사진.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 하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겨우 그 구슬 하나에 불과했다. 뉴욕 타임즈에는 '저 끝없는 고요 속에 떠 있는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지구의 승객(riders)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쓰였다. 우리는 앞선 세대의 환대를 받으며 이 세상에 오고 누군가의 환송을 받으며 다시 이 세상을 떠나 돌아간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환대와 신뢰, 댓가 없는 베품을 받고 또 다른 이에게 그 환대를 베풀며 이어져 나가는 것. 이 역시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화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P148

 

 

노바디의 여행

여행자는 어디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그 나라와 도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또한 그 도시의 정주민들이 여행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맞춘다. 때로 우리는 노바디가 되어 현지인 사이에 숨으려 하고, 섬바디로 확연히 구별되고자 한다. 여행자를 환대해주는 곳에서 우리는 섬바디가 되려고 하며,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대두되어 여행자의 방문을 마치 습격쯤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나라에서 우리는 노바디가 되고자 한다.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에게 혼쭐이난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P185

 

 

여행으로 돌아가다

이주와 여행의 차이는 '자기 결정'에 따르는지 여부이고, 이는 즉 통제력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연유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하는 이주자와 자기 결정에 따라 여행하는 자가 동일한 풍경을 보더라도 느끼는 바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고 끊임없이 일거리가 생겨난다. 해야 할 일들이 있으며 그것들을 미뤄두면 계속해서 쌓여간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렇듯 조금씩 통제력을 잃어가며 괴로원 현실을 묵묵히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여행자는 그렇지 않다. 떠나면 그만이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독자와 여행자 모두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그게 무엇인지 당장은 알지 못하지만 이상으로 복귀할 때가 되어서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평소 보아오던 우리 동네가, 주말 홍대 앞 인파가,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몸을 치고 지나갔을 때 문득 느껴지는 느낌이 전과 다르다. -P205

 

비슷한 일을 소설이 한다. 부부관계의 파경을 다룬 소설을 읽고 나면 독자 자신의 부부관계도 다른 관점으로 보게된다. 탁월한 문장력으로 맥주의 맛을 묘사한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문득 냉장고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그때 마시는 한잔은 늘 경험하던 그 맛이 아니다. 문득 새롭다. -P205

 

책의 뒷면

읽고 나서

 

이 책은 여행을 하며 겪었던 어떠한 경험이나 그것을 통해 느낀 바를 공유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닌 '여행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라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주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될 것이고, 책을 읽는 동안 ''그렇다면 당신은 왜 여행을 좋아하는가?'', ''당신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하여 끈임없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수 있다던지 리프레쉬를 할 수 있기에 여행을 좋아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 안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낯선 환경에 맞서 반응하기 위해 온몸의 세포들이 기민하게 살아움직이며, 과거와 미래로부터 오는 후회와 불안에서 잠시 떠나 오직 현재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여행을 통해 느낄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이런 설레이는 자극때문에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바로 지금, 두 발 딛고 서있는 바로 이 곳, 그리고 현재 내 옆에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한마디로 여행은 내 삶에서 지금 이 순간이라는 한 점에 온 정신을 모을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평소 우리는 일상속에서 이렇게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여행을 통해 자기 인생에서 오롯이 '현재라는 순간'에 온 신경을 기울임으로써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죽음'에 대해 고민해 볼 때에야 비로소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처럼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여행'을 통해서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대해 제대로 마주하게 될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래는 '살인자 기억법'의 '작가의 말' 중 일부이다.

소설을 쓰는 것이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어린아이가 레고를 가지고 놀듯이 한 세계를 내 맘대로 만들었다가 다시 부수는, 그런 재미난 놀이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르코 폴로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여행하는 것에 가깝다. 우선은 그들이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처음 방문하는 그 낯선 세계에서 나는 허용된 시간만큼만 머물 수 잇따. 그들이 '때가 되었다'고 말하면 나는 떠나야 한다. 더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또다시 낯선 인물들로 가득한 세계를 찾아 방랑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자 마음이 참 편해졌다.
-'살인자 기억법'의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의 마지막 부분 중 '여행은 소설과 많이 닮아있다.'는 말에 아주 큰 공감을 했다. 실제로 가끔 소설을 읽다보면 책을 펼치는 그 행위가 마치 작가가 그려놓은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 젖히는 듯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그런 경험을 했을 때 꼭 책과 주파수가 맞아들어간 듯한 느낌이었고, 책 속의 새로운 세계로 부터 입장을 승인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바로 저자가 책에서 말한 '환대'를 받는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 일상의 제한적인 환경과 조건들은 늘 어디론가 떠나고픈 이상을 현실이란 족쇄로 묶어 주저앉힌다. 하지만 우리는 책을 통해 언제고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 가능하며, 실제로 여행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들 위에 켜켜이 쌓여 한층 더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으로써 남게된다. 이러한 경험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주어 또다시 일상이라는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한층 성숙한 삶을 만들어주는게 아닐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하루하루 일상을 여행하고 있는 당신에게,

쉼표와 느낌표를 찍어주기 위해 이 책 속으로의 여행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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