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
저자
태원준
작가소개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엔 푼돈이 모일 때마다 전국을, 목돈이 모일 때마다 세계를 누볐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나이와 똑같은 27개 나라를 여행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운명이라 생각했고 긴 고민 끝에 앞으로 매년 한 나라씩, 나이와 똑같은 숫자만큼의 나라를 여행하며 살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불과 10년이 지난 지금 99개국 600여 도시에 발자국을 찍었다. 이제는 99세까지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더 큰 고민이 되었다.
출간 도서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
기억에 남는 글귀
'가장 보통의 삶은 오래된 열차 안에 있다. 짐보다 무거운 이랑의 무게를 짊어진 평범한 이들이 쉴 새 없이 뛰어 올라온다. 덜컹거리는 열차만큼이나, 요동치는 손잡이만큼이나 그들의 하루도 이러저리 흔들린다. 그야말로 삶의 순환 열차다.'
요약 및 줄거리
대학민국 대표 여행작가라 자부하는 그가 '미얀마 - 방글라데시 - 네팔 - 인도' 아시아 4개 나라를 배낭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마치 함께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 넘치게 전달해준다.
미얀마에서부터 시작된 여행은 태국에서 9시간 넘게 탑승한 야간 버스, 거구의 남자 세명과 택시 뒷자리에합승해 엉덩이 절반을 간신히 좌석에 걸친 채 벌였던 무언의 사투를 벌이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에나 돌아다녔을 법한 노후한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사방을 뒤덮은 폭발음 때문에 찰나의 순간 주마등처럼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사건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운행중 펑크가 난 타이어가 그 원인이었다. 망연자실 뙤약볕 길 한복판에서 그늘을 찾아 널부러져 있는 승객들을 향해 ''오늘 횡재했구나'싶어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아이스크림 장수를 보자 이내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완성되었다.
이렇게 혹독한 신고식을 시작으로 스펙타클한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미얀마는 국가의 허가를 받은 숙소만 외국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잠자리를 보장받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극기훈련같은 과정을 거쳐 어렵사리 몸을 뉘인 침대. 천장의 갈라진 틈으로 바퀴벌레가 보인다.
''웰컴 투 미얀마''
이번 여행지를 선택하게된 이유이자 최대의 목표는 바로 '바간의 열기구'. 꿈에 그리던 '열기구'를 타기 위해 매일 이른 새벽부터 채비를 하고 나서지만 악천후로 인해 번번히 실패하고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머금은 채 돌아온다.
세계에서 두 번재로 높은 '곡테익 철교'를 보기 위해 아침 7시 동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부터 나와 그 아이들이 다시 하교하는 시간까지 하루 종일을 기다렸으나 야속하게도 8시간 반이나 연착된 기차 탓에 '곡테익 철교'의 모습은 눈이 아닌 느낌으로만 체험해야 했다.
여행이란 늘 계획대로 돌아갈 수 는 없는 법. 하지만 연이은 실패에 가라앉아버렸던 마음은 양곤 순환열차의 사람 냄새나는 전경, 그리고 황금빛 쉐다곤 파고다의 장엄한 위용에 깨끗히 씻겨내려간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중간에 여행 일정을 변경하여 다시 찾은 바간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던 열기구에 몸을 싣고 하늘로 떠올라 눈 앞에 펼쳐진 장관은 본 순간 그 동안의 고생스럽던 기억들은 순식간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다.
방글라데시 다카.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전세계 8위인 이 나라. 우리나라의 설날 추석 교통체증은 아이들 소꿉놀이에 불과했다. 이 나라에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틈'. 온갖 교통 수단으로 도로가 가득 가득 채워져 기를 쓰고 찾아보아도 이 도시에 '빈틈'이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나라에 매료되어 버리는데 그것은 바로 이 '용광로'같이 들끓는듯한 인구 밀도, 경제적으로는 손꼽힐 정도로 낙후된 환경 속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타지이다 보니 낯선 사람의 접근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는데, 마치 이런 마음을 부끄럽게 만들 요량인냥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을 대하듯 어딜 가나 과분한 환영을 해주었고 넘치는 배려와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신이 우리로 인해 기쁨을 느낄 때 그 보상으로 우리에게 손님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찾아온 손님을 천사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천사처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 '천사가 천사를 만나는 곳' 방글라데시 여행 중 -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정에 앞서 머물던 캠프에서 적극적인 중국 미녀의 애정 공세도 단박에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안나푸르나의 절경'을 놓칠 수 없다는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
4000개 이상의 계단을 버텨내야만 비로소 만날수 있는 선물. 등반하는 길에 지쳐쓰러진 포터(짐꾼) 한 명과 인연을 맺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도착한 그 곳에는 '인생 뷰'가 펼쳐졌다. 이 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앞에 '인생'이란 단어를 붙여 함께 사용할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이 곳에서 먹은 라면이 '인생 라면'이요, 후식으로 먹은 홍차는 '인생 홍차'가 되는 것이다.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애초에 무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 우주의 어떠한 표현을 다 끌어다 온다해도 이 장관을 온전히 표현해 낼 방법은 없었다.
인도로 들어서는 과정 역시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기차표를 끊는 장면에서는 끝없이 늘어선 줄 가운데 하염없이 기다리는 줄 앞으로 무질서한 새치기가 이어졌고, 창구 직원들은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 따위엔 관심없다는 듯 개인적인 통화를 하고 자리를 비우는 등 한마디로 '발암캐릭터'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책에는 두 개의 에피소드 분량을 할애하여 '택시 기사와의 실랑이'를 다루는데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구나 싶을정도로 안하무인격 택시요금 사기를 치는데 나중엔 대비하기 위해 녹음까지 해뒀지만 그 역시 사기꾼의 뻔뻔한 태도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완전 무결한 작품이라 칭송받는 네 개의 높다란 첨탑 타지마할.
저자는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절반만 떼어다 세상에 뿌려도 온 세상이 아름다워 질 것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웅장한 위엄은 가히 부푼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문득 주변을 둘러봤을 때 본인을 제외하고는 닭살 커플들의 애정 행각이 즐비했다. 게다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까지 받아 비참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마할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손색이 없었다.
(책을 읽기 전 타지마할은 당연히 궁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덤이라는 사실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미얀마의 파란만장했던 열기구, 방글라데시의 천사들의 얼굴, 히말라야의 경이로운 설산이 차례로 떠올랐다. 인도에선 어디를 떠올려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했다. 그래, 그래도 함피 대신 타지마할로 하자. 아니, 순다르반스의 반짝이던 별빛 항해로 할까? 나도 모르게 여행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런, 만나고 싶지 앟아 요리조리 열심히도 피해 다녔건만 여정의 끝은 어김없이 코앞에 와 있었다. 건너편 바위산 너머로 슬금슬금 해가 지고 잇었다. 그와 함께 뜨겁게 타올랐더 나의 여행도 저물고 있었다.'
- 긴 여행의 끝자락에서 -
읽고 나서
되짚어 보니 작년에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는 책을 읽은 것 이후로 여행에 대한 책은 처음인 것 같다.
회사와 집 진자운동 하듯이 왔다가 또 갔다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매일을 보내고 있는 최근 두 달간의 생활 패턴 때문이었을까? 이 책이 여행 에세이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이라는 제목이 반박자 빠르게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얼마나 매일이 스펙타클하길래 딱 하루만 평범하고 싶다는거지?'
낚시성 제목의 느낌이 살짝 나긴 했지만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인 나같은 사람이 쉽게 뿌리치기 힘들도록 제목을 잘 뽑아낸 작가의 센스에 감탄하며 '알면서 속아넘어 가주는 셈' 치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보니 센스넘치는 비유법과 생동감 넘치는 표현을 적절히 배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의 실력에 어느새 나도 작가와 함께 동행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되었다.
'책상 앞에 앉아 쌍쌍바를 반으로 가를 때 만큼이나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더위로 인해 찌그러진 콜라 캔 같은 미간 사이로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렸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배어났다. 여행의 설렘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시작되는 게 아니다.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강하게 고개를 치켜든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아주 꽈악 막힌 다카의 도심. 그의 묘사와 사진을 보며 나 또한 두통을 느꼈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불친절함으로 고객을 대하는 택시 기사와 기차역무원의 행태를 보며 분노했으며,
우주의 그 어떤 언어로도 감히 표현해낼 수 없는 히말라야의 풍경과 조우하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 마음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많은 사람들은 여행자의 삶을 부러워한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희극보다 비극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행을 소망하는 이유는 뭘까?
책을 다 읽고나서 '여행이 주는 특별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경우에는 '여행'을 떠올리면 마치 '저전력대기 모드'였던 오감과 몸 속 세포들이 급 '최고 출력의 활성화 모드'로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늘 비슷한 동선을 오가며 보던 것, 먹던 것, 생각하던 것들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 준비 태세를 몸이 알아서 갖춰주는 것이다. 여행은 준비를 하면서부터 이미 시작된다. 목적지를 정하고 교통편과 숙소를 고르고 동선을 고려해 렌트여부도 결정하고, 맛집도 찾아본다. 인터넷 검색과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내 영혼을 정찰병으로 미리 보내 그 나라의 골목 골목을 두리번 거리도록 지시한다.
특히나 해외 여행을 하면 낯선 언어와 먹거리, 볼거리 등 동시 다발적으로 나에게 전송되는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모든 감각들이 긴장감을 유지하게 되며, 평소에 쓰지 않던 여러 마음과 생각의 근육들을 사용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서는 일주일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한 이벤트들이 시시각각 벌어지고, 그에 따라 순간순간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고 해야한다. 평소에 불과 30~40%의 에너지만 가지고도 돌아가던 나의 일상이 100% 가동되니 '살아있음'을 느낄 수 밖에.
또한
함께 간 친구 혹은 연인과 다툼, 계획이 틀어져 겪게된 황당한 사건들, 여행의 모든 고생의 기억들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돌이켜보면 그저 웃음짓게 만드는 소중한 추억의 한 장면이 되어버린다.
이 맛에 우리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벌써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 아니겠는가..
아.. 떠나고 싶다.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고 우울한 요즘. 이 책을 통해 해외 여행 한 번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 독후감 포스팅은
광고 크리에이터 '박웅현'님의 『책은 도끼다』, '김영하'님의 『여행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은 지금 읽고 있는데 박웅현님의 강연을 옮겨놓은 책으로 흡입력이 엄청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얼마나 심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경험할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설레임 마저 생기게 만드는 책이네요.
'여행의 이유'라는 책은 사놓고 펼쳐보지 못했는데 오늘 포스팅한 태원준님의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나서 얼른 탐독해보고 싶은 마음이 솓구쳐 조만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님의 책이라 천천히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서 최대한 흡수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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