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불편한 편의점
저자/출판사
김호연
줄거리 및 요약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서울역 노숙자 ‘독고’. 엄여사가 분실한 파우치를 습득하면서 이 두 사람은 인연을 맺게 되었고, 독고는 우직함과 인간적인 면을 인정받아 청파동에 위치한 엄여사의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맡게 된다. 청파동의 한 작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하고도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항상 이 미스테리한 사내 ‘독고’가 있다.
취준생이자 편의점의 주간 알바 '시현'
속 썩이는 남편과 아들을 둔 중년의 알바 '오선숙 여사'
퇴근길 편의점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만이 유일한 삶의 낙인 이 시대의 가장이자 직장인 '경만'
절필까지 결심하고 마지막 작품을 쓰고자 청파동 오피스텔에 묵게 된 희극 작가 '인경'
엄여사의 아들이자, 자신의 사업자금을 위해 엄마의 편의점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민식'
가족을 위해 저지른 한 순간의 실수로 불명예 퇴직을 한 전 경찰, 현 흥신소 '곽씨'
누구나 그렇듯 이들 역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란 녹록치 않다. 각자의 고민을 품고 누군가는 편의점의 알바 동료로 또 다른 누군가는 편의점의 손님으로 ‘독고’와 만나게 된다. 이들은 말도 어눌하고 어딘가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이 정체불명의 사내를 처음 보자마자 경계하게 된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독고의 인간적인 모습과 따듯한 배려심을 경함하곤 경계심은 눈 녹듯 사라져버리고 어느덧 그의 우직한 매력에 매료된다. 한 때는 무시하기도 했던 이 북극곰 같은 사내를 통해 사람들은 이제 선한 에너지를 받게 된다. 새로운 방향을 찾게 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근심거리를 털어내기도 하면서 사람들은 독고를 통해 힘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읽고 나서
‘망원동 브라더스’라는 책을 통해 ‘김호연’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그 책과 비슷한 따스한 사람냄새와 감동이 있었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삶을 그리고 있으며, 그 일상 속에 숨어있는 갈등과 화해 고민 등 수많은 감정들이 뒤엉켜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는 한 편의 동영상이 재생된다. 어두운 밤 청파동 골목길 홀로 밝게 빛내며 주변에 온기를 나눠주고 있는 작은 편의점이 눈 앞에 실루엣처럼 아른거린다.
사람들의 고단함과 결핍이 ‘독고’라는 인물을 통해 위로 받고 치유된다. 고된 일상 속에서 희망의 불씨가 움트기 시작하며, 읽는 사람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문득 ‘왜 하고 많은 장소 중에 하필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선택했을까?’하는 궁금증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 호기심에 한번 직접 검색을 해보니 작년말 기준 우리나라에는 CU가 가장 많은 14,458개, GS25가 14,354개, 세븐일레븐이 10,054개, 이마트24가 5,194개, 미니스톱이 2,593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진짜 말 그대로 '천지삐까리'로 널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점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피트니스 클럽엔 몸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피씨방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편의점은 어떠한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모든 다른 온갖 군상들이 구분없이 간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다양한 사연들을 각자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러한 상징성이 아마도 이 소설에서 배경으로 안성맞춤의 공간이 아니었을까 유추해본다.
길을 걷다 보면 내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누군가의 가족이자 연인이며, 친구이자 혹은 동료인 평범한 그들의 가슴 속에는 평범하지만은 않은 스토리가 담겨있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위로 하기도하고 또 위로 받기도 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들
냉동인간의 뇌처럼 얼어 있던 그곳에 열선이 깔리는 게 느껴졌다. 기억과 현실 사이에 놓인 빙벽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내 기억의 시체들, 그것들이 좀비처럼 일어나 나를 덮치고 있었다. 나는 좀비들에게 뜯기면서도 그들의 얼굴을 알아보려 애썼고, 그건 그것대로 견딜 만한 일이었다.
텅. 무언가가 민식의 몸속 어딘가에 낙하했다. 고통의 추가 내장을 관통해 바닥으로까지 그의 몸을 끌고 가는 게 느껴졌다. 사내가 판결문 읽듯이 숨을 골라가며 진술한 말들이 무거운 추가 되어 민식을 심해의 어두운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듯했다. (중량) 민식은 사내에게 침을 뱉듯 외치고 편의점을 뛰쳐나갔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읽고 나서
말을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지만, 말을 잘 들어주면 '존경'받을 수 있다.
(그런데 살짝 영화 '시동'이 생각나는 것은 나 뿐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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