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1984
저자/옮긴이/출판사
조지 오웰/김순녀/청목 스테티북스
조지 오웰
: 인도의 벵갈에서 태어나 영국 이튼 교에서 공부했다. 한 때 버마에서 6년 동안 제국 경찰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파리로 건너와 여러 직업에 종사했다. 스페인 내란에 참가하였으나 공산주의 사상의 모순을 깨닫고 이탈하였다. <1984년>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박탈하는 전체주의, 특히 공산주의를 비판한 미래 소설로 '파티잔 레뷰상' 을 수상했다.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동물농장>이 있다.
줄거리 및 요약
배경은 유라시아 대륙이며, 공산주의 체제 정부 아래서 운영되고 있는 사회이다. 사방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되어진다.
정부기구로는 보도, 연예, 교육 및 예술을 관장하는 진리성,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성, 범과 질서를 유지하는 애정성, 그리고 경제문제의 책임을 진 풍부성이 있다.
주인공 윈스턴은 과거의 기록을 조작하는 부서에 소속되어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적인 기록과 진실들을 모두 왜곡시키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통 과거의 기록들은 후손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이 정보들을 통해서 역사를 기억하고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지혜를 배운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는 '자신들의 시나리오와 맞지 않는다' 라고 판단되는 내용들에 대해 애초부터 아예 없던 일 마냥 삭제 또는 수정 되어버리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정부가 실패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셈이 된다.
오로지 현 정부의 행보는 옳으며, 그 결과물로 경제 성장율, 생산율 모든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성과들을 내고 있다며 텔레스크린을 통해 연일 선전을 해댄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민화 정책'으로 사람들이 주체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정부의 메세지를 거부감없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도록 사상주입 교육을 하는 것이다.
오세아니아는 전쟁이 진행중인 상태인데 심지어 이 전까지는 유라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가 손바닥 뒤짚듯 전쟁 상대를 동아시아라고 수정해서 방송해도 사람들은 의문을 갖지 않는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모든 소식들은 티끌만한 의심도 없이 그대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 어느 누구도 여기에 토를 달거나 의문을 제기해선 안된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이는건지 이미 조정당할대로 당해버린 사고방식 때문에 의문 자체를 가지려고 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이 전쟁이라는 것 역시 정부가 사람들의 사상을 하나로 묶고 쉽게 컨트롤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 몰래 일기를 썼고 자신의 생각들을 기록했다. 그 자체가 엄중히 처벌받을만한 반역죄에 해당했으나 그는 정부를 증오했고 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던 와중 자신과 동일하게 정부에 적개심을 품고 있는 여주인공 줄리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 역시 주체적인 사고를 가능하도록 만들수 있다고 판단하여 금기시 하였다. 이러한 환경 탓에 윈스턴과 줄리아는 텔레스크린의 사각지대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정해놓고 이를 밀회장소로 사용했다. 사회 체제에 불만이 가득했던 윈스턴은 자신과 사상이 비슷한(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임 '형제'라는 단체에 가담하게 되었으나 알고 보니 이 것은 반동세력을 색출해내기위한 함정이었다.
붙잡히게 된 주인공은 갖은 잔혹한 고문과 심문을 받으면서 점점 심신이 피폐해져갔다. 그 곳에 버틸수는 있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고문의 이유는 죽음이나 자백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적은 뼛속 깊숙히까지 우매한 사상을 뿌리내리는 것이었다. 결국 주인공은 점점 꿈을 잃어갔고 끝내는 마지막까지 지키려던 여주인공 줄리아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최후에는 자신의 사상 마저 포기하고 다른 사람과 다를바 없는 껍데기가 되어버린다.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다음 세대에 대해서는 관심 없어요. 전 우리 자신이 중요해요."
"당신은 허리 아래로만 반역이지."
사실 빅브라더란 당이 세상에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가공인물이다. 그의 기능은 집단에 대해서보다 개인에게 쉽게 느낄 수 있는 사랑과 공포와 존경과 감동을 한 몸으로 받는 구심점 역할이다. 빅브라더 아래는 오세아니아 인구의 2퍼센트도 못 되는 6백만으로 구성원이 제한된 내부당이 있다. 내부당 아래에는 외부당이 있어 그 관계는 마치 내부당이 국가의 머리라면 외부당은 그 수족과 같다. 그 아래에 우리가 '노동자(Prole)'라고 부르는 벙어리 같은 대중들이 있는데 그 수는 인구의 85퍼센트를 차지한다. (중략)
원칙적으로 이 세 계층 사람들은 세습적이 아니다. 내부당원의 자식들이라 해서 원칙적으로 내부당원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이라든가 출신지역의 차별 역시 없다. 공통적인 교리의 지지로 통합되는 것이다. 내/외부당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교류가 있지만 그것은 내부당의 허약자를 내보내고 야심있는 외부당원을 무마하기 위해 진급시키는 정도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은 사실상 당에 가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들 중 뛰어난 사람들은 불만의 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상경찰이 적발하여 제거시켜 버릴 뿐이다. (중략)
위태로웠던 시대에 당이 세습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반대파를 진정시키는 데 지대한 작용을 했다. 세습적인 귀족사회는 언제나 단명하지만 카톨릭교회처럼 선발체제가 때로는 수백, 수천 년 동안 계속 될 수도 있다. 지배집단은 그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는 한 지배집단이다. 당은 그의 혈통이 아니라 그 자체를 영속시키려는 것이다. 계급조직을 언제나 동일하게 유지하는 한 '누가' 권력을 장악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네가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건 여기서는 '순교'가 없다는 점일세. 과거의 종교적 박해 사건에 관해 읽어 보았겠지. 그러나 그건 실패작이야. 이단자를 뿌리뽑기위해 시작된 이 종교재판은 결국 이단을 영구화시킬 뿐이었어. 이단자 한 사람을 화형에 처할 때마다 다른 수천 명이 들고 일어났어. 왜 그랬겠는가? 종교재판은 그들을 공개적으로 죽였고, 그들은 자신의 진실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죽어 갔어. 따라서 모든 영광은 그 희생자인 것이고 그를 죽인 종교재판관에게는 비난만 퍼부어질 뿐이야. (중략)
그 이후 20세기에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은 과거의 오류로부터 깨달아 배운 까닭에 순교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들은 희생자들을 인민재판에 붙이기 전에 먼저 용의주도하게 희생자들의 존엄을 완전히 말살했지. 고문과 고독으로 그들을 녹초로 만들어 높으면 이들으느 비열, 비참해지고 무엇이든 다 자백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비난하고 뒤에서 서로 고자질하여 자기는 모면하려 하고 살려달라 울고 불고 야단들이었지. (중략)
이제 우리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 절대 선교자로 죽게 놔두지 않고, 죽어서도 후손이 억울하게 죽은 자기 선조를 옹호해 주지 못하도록 그들에 대한 모든 기록을 깨끗이 말살시켜 버리는거야. 미래에서처럼 과거에 있어서도 완전히 사라지는 거야. 결국 전혀 존재한 적이 없게 되는거지."
술내 나는 한 줄기 눈물이 얼굴위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모든 것은 끝났다. 투쟁은 끝났다. 그는 자신에 대한 승리를 얻은 것이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읽고 나서
올해도 시작과 함께 서점에 들러 호기롭게 죄와 벌, 그리스인 조르바, 이방인, 마담보바리 등 몇 권의 고전 문학책을 집어들었다. 그래도 예전과 비교해 독서 근육이 발달했으리라 스스로를 격려하며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결제를 해버렸다. 사실 몇 권은 이미 몇 년전 읽었던 것임에도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독서 체력이 형편없던 시절 완독하겠다는 일념으로 독서를 강행했던 탓이 아닐까. 1984는 올해 첫번째로 완독한 고전 문학이다.(사실 죄와벌은 상편을 다 읽고 아직 하편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읽는 동안 몇 번은 나도 주인공과 함께 숨소리를 죽여가며, 긴장했던 것 같다. 정부의 체제와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이야기의 배경으로 셋팅이 되어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호흡이 조여오는 기분을 느끼며 읽어내려갔던것 같다. 특히 방에 숨어 일기를 적거나 인파속에 흘러들어가 밀담을 나누고 감시망을 피해 쪽지를 건내거나 밀회를 즐긴다거나 하는 장면들에서는 잠시 숨을 참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선 계속해서 '만약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고 나를 괴롭혀댔다. 생각이 복잡해졌다는 표현보다 굳이 날 괴롭혔다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스스로 던졌던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안타깝게도 비겁하지만 체제에 굴복하는 방향으로만 기울었기 때문이었던듯 하다.
남자 주인공에게 있어서 최고 공포의 대상인 쥐를 눈 앞에 두고 사상고문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결국 극도의 두려움에 마지막까지 부여잡고 있었던 줄리아에 대한 사랑까지 배신하게 되는데 그 부분에서는 마치 끈이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했다. 어느 누가 그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관철시킬수 있을까. 솔직히 민망하지만 '독립 운동가분들은 예전에 그런 모진 고문들을 도대체 어떻게 버텼다는건지' 뜬금없는 의문이 속에서 올라왔다. 끝내 빅브라더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마지막 대목에서는 목구멍 속 근육들이 조여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이상하게 고전 문학중에는 책을 덮고나서 끝 맛이 먹먹한게 유독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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