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망원동 브라더스
♣ 지은이
김호연
♣ 한 줄 남기기
‘아무도 소원 따위를 빌자고 말하진 않았다. 그러나 다들 마음속에 보름달 하나 받아 안고는, 마법의 구슬이라도 되는 양 닦고 또 닦고 있다.’
♣ 요약 및 줄거리
망원동에 위치한 8평 남짓한 크기의 옥탑방,
우연한 기회로 이 작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게 된 성인 남자 4명 그들의 일상은 하루 하루가 짠내의 연속이다.
20대 만년 공시생. '있는 척, 아는 척, 잘생긴 척'이 특기인 '삼척동자'
30대 백수. 생계를 위해 어린이 학습지 만화를 그려 고료로 생활하는 주인공 '오영준 작가'
40대 기러기 아빠. 과거 주인공과 출판사에서 함께 일했으며, 현재 캐나다에 가족을 둔 '김부장'
50대 황혼 이혼남. 한 때 주인공에게 만화를 지도했던(거의 술만 마셨던) '싸부'
주인공 오영준은 업계 사람들만 알만한 정도의 만화를 딱 한 번 출판한 경력이 있는 만화가이다.
기대와는 달리 그 이후로 일이 잘 안풀려 백수생활을 쭉 이어오다가 당장 자기 한 몸은 건사해야 하기에
꾸역꾸역 지켜오던 자존심을 버리고 어린이 학습 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한다.
그가 사는 곳은 망원동 옥탑방 8평 크기의 월세방.
동네에서 '호랑이'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주인집 할아버지의 잔소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주인공을 압박해온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한 기회로 재회하게된 과거의 인연들은 자꾸만 그의 좁디 좁은 방으로 하나씩 모여들게 된다.
본인의 삶도 이미 넉넉치 못했지만, 뭔가 의지가 되어서였을까? 아니면 동질감을 느껴서 였을까?
그들을 매몰차게 내쫒지 못하고 반쯤은 포기한 채로 그들과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주인공 '오작가'와는 각자의 인연으로 우연히 함께 살게된 이들은 처음엔 서로가 불편한 존재였지만, 한 공간에서 지내면서 점차 각자의 사정을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돕게 된다.
주인공은 이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동안, 싸부를 통해 알게 된 주연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높은 이상만을 갈구하던 그녀와는 짧은 설레임만을 남긴 채 연인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현실에 좌절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시간이 지난 후 밑거름이 되어 새집을 구하던 차에 알게 된 수유리 반지하녀, 생활력 지존 조선화와 알콩달콩한 사랑에 빠진다.
그녀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며칠간 은근한 불에 오래오래 고아지는 사골 국묵처럼 내속에서 끓고 있었다. 그때 새 작업의 계약금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동시에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끓어넘치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아끼는 청바지와 코듀로이 재킷을 걸치고, 어두워지는 가을 저녁 풍경에 흘러들었다.
- P207-
이 멤버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렸던 전날의 숙취 탓에 대부분의 아침을 좀비모드로 맞았다.
그런 그들의 뒤집힌 속을 매번 달래주었던 쏘울 푸드는 김부장의 특제 콩나물 해장국이었는데, 어느날 이들은 이것에 착안해 동네 아구찜 가게의 영업 이후 틈새 시간을 빌려 '아구아구 콩나물 해장국'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또 다시 서로를 응원하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여정을 함께 이어간다.
♣ 읽고 나서
최근 '여자 둘이 살고있습니다'를 통해 여자 둘의 동거생 활을 탐구했던 것에 이어 이번에는 남자 넷의 동거 라이프를 들여다 보았다. 표면적으로 동거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 화합, 깨달음, 배려, 용서 등의 다양한 감정이 동일하게 담겨있으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꽤나 달라 두 책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미세한 감정선의 변화를 표현하는 디테일한 심리 묘사보다는 무언의 행동, 또는 무심한 듯 가끔 툭 내뱉는 한마디에서 전달되는 그들만의 '끈끈한 정'이 참 매력적이다.
이 책은 시나리오 형식으로 쓰여있어 읽는 동안 아주 자연스럽게 한 편의 드라마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미 해는 중천에 떠 햇빛이 창으로 쏟아지는 아침 아직 술이 채 덜 깬 불콰한 얼굴, 속옷 차림에 한 쪽 손은 속옷 안에서 꼼지락거리고 다른 한쪽 손은 핸드폰이나 담배를 찾느라 방바닥을 더듬더듬 탐색하는 그들의 모습이 자동으로 눈 앞에 그려진다.
읽는 내내 친구들과의 든든한 술자리가 땡기고 시원한 김부장의 '아구아구 콩나물 해장국'이 땡겼다.
그 이유는 이들 네명이 서로 똘똘 뭉침으로써 만들어내는 단합된 에너지가 부러워서 나 역시 내 편, 내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들 4명은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굳이 공통점을 꼽자면 말 그대로 짠내 폭발하는 찌질함뿐이다.
넷 중 어느 한 명도 현재의 삶이 안정적이라거나 미래가 보장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누가 봐도 당연히 불안정하기만한 그들의 삶인데 왜인지 모르게 그들이 지금처럼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간다면 앞으로 닥쳐올 어떠한 높은 장애물 헤치고 나갈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이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네 명의 연령대별 대표 찌질남들에 대한 좌절과 극복, 사랑과 우정, 절망과 희망, 헤어짐과 만남 등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삶의 진솔한 모습과 세대별 고민을 아주 따듯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찌질한 사랑스러움, 사람 냄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2020/02/08 - [생각하는 일상/책 이야기] - [독후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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