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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by 버닝 아이스 🔥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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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저자/출판사

최선겸 / 파지트(PAZIT)

 


 

줄거리 및 요약

 

쌍둥이 동생, 그리고 막내와 함께 자라온 저자는 이 가정의 맏딸(장녀)이다. 아버지의 힘겨운 암투병 생활과 숨을 거두실 때까지의 모든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저자는 본인과 가족이 살아온 그간의 나날들을 되돌다 보게 되었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새겨보게 된다.

 

억척스럽게 절약하며 가끔은 까칠한 성격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던 어머니와 누구보다 딸들을 사랑하지만 무뚝뚝하고 엄했던 아버지, 한날 한시에 태어났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쌍둥이, 자기 앞가림 잘 하고 자기 몫을 확실히 챙길 줄 아는 영특한 막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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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생김새만큼 슬픔을 마주하는 모습도 제각기 달랐다.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자신과는 달리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고, 때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격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읽는 동안 책을 뚫고 나에게 까지 전해지는 불편함이 너무 극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슬픔을 대하는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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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역시 폐암으로 1년 넘게 고생하시다가 작년 초에 떠나셨는데,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런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솔직히 조금 놀랐다..

 

책 속의 여러 대목들은 기억 속 2년 전 어느 장면 속으로 나를 다시 데려다 놓았다. 가슴 속에 여전히 남아있던 응어리가 몇 번씩이나 다시 타올랐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한 쪽으로 밀어두었던 그 용암 같은 슬픔이아직 다 꺼지지 않고 여기 그대로 남아있다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았다.

 

기억 조각들을 하나씩 모으다 보니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기 힘들어 일부러 고개를 돌리곤 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머물다가 오실 때면 어김없이 상태는 더 안좋아졌고, 체중은 눈에 띄게 줄어만 갔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마른 나뭇가지가 바깥 쪽부터 천천히 젖어 들어가듯 온 몸은 차례대로 기운을 잃었고 아주 천천히 물 속으로 가라 앉는 듯 했다.

 

아버지와 눈을 마주칠 때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재간이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거울삼아 아버지가 본인의 상태를 직감 하실까 여러 번 이를 꽉 깨물고 표정을 숨겼다. 우리는 불씨가 잦아들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애써 태연한 척 밝은 이야기만 했고, 더 이상 그 어떠한 거짓말로도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포장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냥 그렇게 점점 말 수가 줄어들었다.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큰 벽을 만난 것처럼 그저 주저앉아 어린애처럼 울고 매달리며 속수무책인 상태로 시간이 흘러갔다. 이제 나도 어엿한 어른이라고, 모든 일은 스스로 해쳐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오만한 내 모습이 그토록 한심하고 하찮게 느껴질 수 없었다.

 

아버지의 상태를 걱정하면서 한편으론 금전적인 문제들이 올랐을 땐 스스로의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이 나를 집어 삼켰고, 허우적거려 볼 의욕조차 없이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 깊은 무력감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 세상은 나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전과 다를 바 없이 유유히 돌아갔다. 뒤섞인 감정이 폭풍우처럼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도 잔인한 현실은 끝없이 내게 무언가를 하길 요구했고 슬픔의 바다에 부유하도록 절대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2년간 가족 모두가 끝 모를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 기간 동안 내 인생 그 어떤 시기보다도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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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모르게 그 이후로 나는 조금 변했고, 그 모습은 아버지와 조금 더 닮아있는 듯 하다.

 

어느 누구도 결코 피할 수 없는 .

나의 죽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우리들 대부분은 잘 사는 법에 혈안이 되어있지만, 가끔은 이런 책을 읽으며 잘 죽는 법에 대해서도 한번쯤 고민해보면 너무 좋다.

 

원래 인생은 참 역설적이게도 이별 후에야 얼마나 사랑 했었는지 깨닫고 죽음 앞에서 삶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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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들

 

병실에 들어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젠 힘이 다해 쓰러져 있는 아버지. 죽음을 앞에 두고 공포에 떨며 희미한 숨결도 놓치고 싶지 않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러나 자식들은 당장의 출근과 자녀들의 학교, 학원이 걱정이란다. 현실은 참 비극이다. 돌아가시고 나면 며칠 울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일 없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눈물이 쏟아졌다. 울지 않으려 해도, 소리내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미쳤나? 와 이라노! 아빠 아직 안 죽었는데 돌았나? 정신 차려라!'


나의 보물들은 아빠, 엄마보다 아름다운 하루하루 따사로운 빛을 바라보면 살아가기를 이 못난 아빠가 어제나 오늘이나 생을 마치는 그날까지 꿈속에서라도 항상 사랑하며 보살펴줄게.

 

못난 아빠가


 

읽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이기는 감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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