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저자/출판사
전안나 / 가디언
줄거리 및 요약
매체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범죄들 중 개인적으로 아동 학대와 동물 학대를 가장 혐오한다. 물리적 정신적으로 대항할 수 없는 상대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범죄이다 보니 특히 더 잔인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학대의 경우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동반하게 된다. 특히 아동의 경우 주체적인 사고와 적절한 판단이 힘들고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더라도 이후에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도망조차 못 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문과 같은 가혹한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받으면서도 상황을 애써 자기 탓으로 돌리려 하고 가해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게 된다는 게 그 무엇보다도 분기탱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자신을 폭행하는 상대임에도 그 외에는 의지할 무언가가 없어서, 그 밖에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나의 잘못이 있다고 이해할 테니 그러니 제발 나의 결핍을 채워달라고 애정을 갈구해야 하는 그 심정을 어떨까? 이 모든 X같은 상황이 다 나 때문이어야 한다. 비록 썩은 밧줄일지라도 나의 생명이 매달려있기에, 그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죄인이 되어야 한다. 그 잔혹한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드러지는 괴로움의 폭풍을 홀로 마음속에서 잠재우기 위해 얼마나 여러 번 스스로를 죽이고 또 죽였을까?
부모라는 존재로부터 사랑과 이해 대신 경멸과 분노를 받아내는 아이의 밤은 얼마나 춥고 잔인했을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도대체 어떤 생각들로 스스로를 속여야 했을까?
이런 경험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한 사람의 인생을 불구로 만들어 버린다. 보통의 한 사람을 심리적으로 거세 시켜버리는 행위다. 남에게 늘 자신을 속여야 하며, 사람으로 받은 상처로 인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게 너무나 힘들다. 사랑과 관심이란 것도 받아본 자만이 그것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 학대를 받은 이들은 누군가에게 관심과 호감을 받으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혼란이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의 표현을 고맙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 사람이 나에게 왜 이유 없이 잘해주지?', '내 본 모습을 알게 된다면, 나의 과거를 알게 된다면 이 사람은 날 떠날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으로 본인을 괴롭히게 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대인 관계는 정말 힘들다. 누군가의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도 받아주기 힘들고, 작은 실수나 표현도 너그럽게 넘겨주기 어렵다. 늘 따라다니는 괴로움과 싸우느라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이미 다 소진해버려서 일상 생활에 사용할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읽었던 ‘마음을 삽니다’의 양숙씨가 떠올랐다. 그 분은 어릴 적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는데, 저자 전안나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두 사람이 오버랩되었다.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이 세상은 가시밭길이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스스로를 갉아먹는 트라우마’에 맞서 싸우고, 그것을 내 안에서 해독시키기 위해 인생의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양숙씨와 전안나씨의 글을 보면 끈질기고 억척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그래야만 했던 것이다.
다행히 저자는 책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받았으며, 슬픔을 말하는 법을 배우고 슬픔을 말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작가가 될 수 있었고, 강연도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글을 갖게 되었다.
완벽히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던 저자는 이제 “태어나서, 참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아픔을 이겨냈고, 성장했으며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인생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저자도 작가가 되기 전까지 책을 읽을 때 비판하면서 읽었다고 한다. 나도 그래서 인지 책을 읽다 보면 반박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부분들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을 만났다. 저자가 ‘나는 돈에 욕심이 없다.’라며 경제적으론 부유했지만 늘 다툼이 잦아 불안했던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을 보며 행복과 돈 사이에 큰 연관성이 없다고 느꼈다는 대목이다. 으뭉스럽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들
나를 움직이는 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건 ‘결핍’이었다.
나의 산소 호흡기는 책이었다. 책은 나에게 무중력 상태였다. 그곳에서 나는 안전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를 치유해 나갔다. 책 중독자처럼 매일 책을 읽고, 그것으로도 충족이 되지 않아 온갖 것들을 배우러 다녔다.
나는 김주영이자 전안나였던 나의 역사를 수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내 결정에 따라 살 것이다. 내 지난 삶을 자본 삼아, 책을 지도 삼아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내 이름은 김주영이다.
그리고 전안나이다.
그것이 내가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이유이다.
태어나서, 참 다행이다.
읽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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