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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밝은 밤

by 버닝 아이스 🔥 202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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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밝은 밤

 

저자/출판사

최은영 / 문학동네

 


 

줄거리 및 요약

주인공 지연은 짧은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그녀를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희령이라는 동네로 거처를 옮긴다. 엄마 미선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에서 그녀는 외할머니와 만나게 된다. 엄마와 외할머니 사이에는 떨어져 지냈던 세월보다도 더 오래된 감정의 골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지연이 아주 어렸을 때 외할머니를 만나본 이후로 한참의 시간이 흘러 재회하게 된 것이다. 손녀 지연의 결혼식에도 초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할머니와 엄마 사이의 먼 거리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엄마와 얼굴만 마주하면 서로에게 상처 주기 일수였던 지연은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가 왠지 편하게 느껴졌다. 한 동네에 살며 종종 마주치게 된 할머니와 지연은 점점 가까워졌고, 할머니는 지연과 닮은 외모를 지니셨던 증조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지어미를 버리고 낯선 사내를 따라 나서야만 했던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 슬픔과 자책을 느낄 겨를도 없이 이를 악물고 버텨 살아내야만 했던 환경,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정과 동료애를 뛰어 넘어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던 새비 아주머니와의 만남과 이별. 할머니를 통해 전해들은 과거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지연에게 닿는 순간 따듯한 위로와 다독임이 되어주었다. 지연은 외조모와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공감하고 아파하고 때때로 치유받았다.

 

모계 사회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 이야기는 삼천(외조모), 영옥(할머니), 미선(엄마), 지연까지 4대를 관통하는 뿌리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치고 힘들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친구 새비 아주머니, 희자, 지우가 등장하며 여성들의 인간관계를 주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삶을 영위해 나간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어쩌면 누군가는 다른 이에게 삶의 의미가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가까워지고, 왜 다시 멀어지는가?

 

지연이 이혼을 결정했을 때 그녀의 부모는 지연의 상처보다 타인의 시선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기준으로 그녀의 아픔의 정도를 가늠했으며, 부족한 그녀의 인내심을 탓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 누구보다 자신의 편이 되어줘야 할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지연의 폐부를 들쑤셨다. 그녀는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기에 상처를 드러내놓지 못했고 아픔을 토로하지 못했다. 고통을 견뎌내며 자신을 입증해내는 것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겨졌다.

 

우리는 가끔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보다 오히려 조금 거리가 있는 친구나 동료에게 더 편하게 속을 터놓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청자의 기분을 배려할 만큼의 여유가 없을 때 보통 그렇다. 가슴 속에 마구잡이로 던져두었던 감정 쓰레기 더미들을 모두 보여주기엔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정 쓰레기들을 내 사람들에게 옮기고 싶지 않은 마음 또한 존재한다. 회사 업무 스트레스를 집까지 가져오고 싶지 않은 가장의 마음이,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 몸에 든 멍 자국을 가리우는 자녀의 마음이, 행여 일하는 자식을 신경쓰이게 만들까 들었던 전화기를 다시 내려놓는 부모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데 있어 너무 서투르다.

 

이 책은 남들보다 유난히 더 고된 삶을 겪어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 시대의 평균을 대변하는 보통의 여성과 그 여성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밝은 밤>이란 책은 이 시대의 여성들, 그리고 그 여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남성들에게 울림으로 와닿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세대를 관통하는 그 위로와 치유의 목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을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게 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잠시 그려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 역시 그 시대에 맞는 상처와 아픔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와 아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또 누군가의 아픔을 듣고 공감해줌으로써 서로 위로하고 치유받을 것이다. 그렇게 아문 상처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또 앞으로 한 발씩 걸음을 옮겨낼 것이다.

 

 

.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들

 

잘 사는 것이 복수라고, 보란듯이 잘 살면 된다고 말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내 등을 천천히 두드리는 손길에서 내 등을 후려치는 채찍이 되는 동안에.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로 굴러떨어졌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서린 두려움이 나를 장악했다.


내가 부끄러운 일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 일로 인해 부모가 나의 이혼을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 다시 확인한 기분이었다.


엄마는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웅크리고 앉아서 울었다. 나는 나의 잔인함에 취해서 그런 엄마를 연민 없이 바라보았다. 금지된 말을 했다는 것에서 자유를 느꼈던 걸까. 복수의 일격을 즐겼던 걸까.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다. 정신이 돌아오자 나는 엄마에게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두려워졌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 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 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물 분석

이번 책의 독후감은 한 지역단체에서 개최한 '독후감 대회'에 응시해 볼 계획이라 조금 더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로 할애해서 인물 분석을 했기에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증조부 : 증조모를 구한 것은 종교적 사상과 기저에 깔린 선민 의식 때문이만이었을까? 가족에게 등돌리고 한 여인을 위기에서 구해냈으나 끝내 책임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럼에도 늘 점잖은 채 하는 걸 좋아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피난길에 올라 열악한 거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가장 좋은 자리를 당연한 듯 차지했으며, 밥상에 오른 생선을 먹을 때도 아내와 딸에게 권해보는 일 없이 늘 살코기를 맨 먼저 집어 들었다.

 

증조모(삼천이) : 백정의 딸이라는 신분 때문에 어려서부터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갖은 수모를 겪어야 했다. 동네 사람들은 뒤에서 수근거렸고, 몇몇은 대놓고 천대하며 거리를 두었다. 위기의 순간 증조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이 과정에서 고조모를 저버려야만 했다. 하지만 자책할 겨를도 없이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목숨을 구해줬다는 사실 하나로 평생 증조부의 뜻에 거스르지 않고 강한 생활력으로 살아남았다.

 

새비 아즈마이 : 증조모와 영혼의 단짝, 사진 속의 주인공

 

할머니(영옥) : 희령에서 지연(주인공)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조우. 딸 미선과 감정적인 골이 깊은 사이지만 손녀 지연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할머니이다. 아버지의 부족한 사랑으로 결핍을 느끼며 살아왔으며, 사기 결혼 급 중혼으로 호적에도 올릴 수 없는 딸 미선을 홀로 키워낸다. 새비 아즈마이의 딸 희자와 둘도 없는 단짝이었으나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그녀와의 관계에서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미선 : 주인공의 엄마이자 할머니와는 서먹서먹한 관계. 보통의 삶을 추구하며 늘 딸에게 인내를 강요한다. 주인공의 이혼 사실을 탐탁치 않게 여기며, 딸을 사랑하지만 그 표현 방식 때문인지 항상 딸과 갈등을 빚게 된다. 항상 평범하게 살길 바라고,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쓰는 타입이나 유방암을 겪고 나서부터 인지 친구의 영향 때문인지 멕시코를 다녀온 뒤 조금 변화한 보여주기도 한다.

 

희자 : 할머니의 친구, 새비 아주마이의 희생으로 시대적으로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에 입학했으며, 훗날 훌륭한 석학으로 자라 독일로 넘어간 뒤 뛰어난 업적을 세우는 저명한 박사로 거듭남

 

지우 : 주인공의 친구

 

명숙 할머니 : 영옥(주인공의 외할머니)에게 바느질을 가르쳐 평생 밥벌이 수단의 기틀을 마련해 줌. 역시나 표현에 서툴지만 누구보다 영옥을 아껴주었던 새비 아즈마이네 고모. 피난 시절 다른 식구들을 집으로 거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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