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여행은 밖에서 사랑은 안에서
저자/출판사
엄상연 / 서재
줄거리 및 요약
책을 덮고선 한참을 망설였다. 읽는 동안 오랫동안 잠자던 다양한 감정 근육들을 사용한 탓인지 선뜻 하나의 생각으로 추스르기가 어려웠다. 저자의 방식을 잠깐 빌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쭈욱 나열해 보자면 청춘, 여행, 부모님, 사랑, 사람, 계절, 밤, 그 곳, 그 때, 그 사람, 일상의 소소한 모든 것들, 글, 젊음, 이별, 그녀, 커피, 당신, 술 등등 굉장히 많은 단어가 쏟아진다.
표지에는 배낭을 한 쪽 어깨로 둘러 맨 청년 그림과 엄상연 ‘산문’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산문의 정의를 찾아보면 ‘운율이나 정형에 의한 제약이 없는 보통 문장’이라는 뜻이다. 저자의 여행 가방에는 시와 에세이, 그리고 시와 에세이의 중간 어디쯤에 해당하는 글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이 저자는 아직 20대 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깊고 풍부한 감수성과 탁월한 시선을 가졌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물론 수많은 생각들을 다듬어 글로 표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머리를 쥐어 뜯으며 얻은 고통의 산물이겠지만 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에세이를 써보고 싶은데 난 쓸 이야기가 없어”, “나는 너무 평범해”라고 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보면 두 번 다시 그 이야기를 하실 수 없으리라 장담한다. 저자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것들에게서도 이야기를 끄집어 내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
평소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들에게 마음을 담은 시선을 고정시켜 자신의 생각과 추억을 엮어 그 안에 담긴 감정 덩어리들을 멋진 표현들로 옮겨낸다.
책 제목의 의도를 파악해보고자 나름 노력해보았다. 아마도 저자와 같은 마음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일상도 그냥 그 자체로 여행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게 되면 매 순간 순간을 평소보다 특별하게 느끼게 된다. 평소에도 늘 만났던 햇살과 음식, 거리 그리고 대화 들이 왜인지 모르게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와 닿는다. 단순한 행위에 의미가 더해지니 소중한 순간이 되고 추억이 되는 것이리라. 바꿔 말하면 당신과 나누는 대화에 나의 의미 있는 마음을 담아 낸다면 그것은 여행과 닮은 모습일테고 소중한 순간으로 당신에게 가 닿을 것이다.
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즐긴다면 ‘고독’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외롭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와 너무 많이 닮아있다. 그의 일상과 추억 그리고 여러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담겨 있지만 전반적으로 쓸쓸함과 고독함이 많이 베어있는 듯 하다. 아마도 이 또한 저자가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을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 번째로 펴낸 이 책을 끝으로 당분간 쓰는 활동을 쉬고 싶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머리를 식힐 때처럼 다시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조금은 자유롭게 숨쉬며 살아가겠지만, 왠지 언젠가는 다시 작가의 자리로 돌아와 그 간 독자로써의 삶이 어땠었는지 또 한바탕 여러 날의 감정들을 기록하는 날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들
떠나는 자는 떠나기 전까지 슬플 것이고, 떠나 보내는 자는 그 바통을 뒤이어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달리기에 승자는 없지만, 패자는 둘 다 인 거이다. 죽음은 그렇게 생겨 먹은 놈이다.
영화는 장면들로 마음속에 강을 만들었다. 그 강은 갑자기 범람하지 않고 서서히 차 올라서 내면의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잔잔하게 내 속을 휘젓던 것이다.
애주가는 아니지만, 모습이 다른 술자리에서는 주량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 술을 이겨내야만 하는 자리가 있는가 하면, 맘껏 취하고 싶은 자리가 있다. 술에 취해 깊은 감정에 건배를 하는가 하면, 지난 청춘을 쓸고 내리는 위로의 건배를 하기도 한다. 술에서 오는 농담과 진담도, 보기 좋은 안주가 되어 취기를 길게 끌고 간다. (중략) 나를 사랑하는 만큼 술은 진하게 다가오고, 숨겼던 감정을 죄다 꺼내어 펼치기 때문이다.
공에서 백, 우리는 이 사이 모두를 공백이라고 부른다. 그 속엔 수많은 수가 있으며, 수만은 시간과 수많은 연인이 있고 가끔 이별이 있다.(중략) 언젠가 이별을 생각지 않는 사이가 되면, 우린 백 그리고 하나.
읽고 나서
그나저나 올해는 해외 여행 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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