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장님! 회사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자/출판사
조현우 / 나비의 활주로
줄거리 및 요약
아무래도 직장생활에 연관된 내용들이고 예시로 보여주는 각각의 상황들이 너무 공감되다 보니 요즘 읽었던 책 치고는 두꺼운 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 잘 읽혔던 책이다. 그리고 주제별로 분류가 되어있어 끊어서 읽기에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저자는 다년간 축적해온 컨설팅 경험으로 중소기업의 민낯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여러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보였던 근본적인 문제들과 한계점들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내다 보니 회사가 돌아가는 구조와 그 회사를 이끄는 수장인 사장님들에 대해 세세히 관찰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 운영 중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맞게 명쾌한 솔루션들을 제시한다.
읽으면서 최근에 정주행했던 ‘좋좋소’라는 유튜브 컨텐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컨텐츠는 중소기업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데 이 책에 그 모든 상황이 설명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무하다 싶은 시스템, 부족한 투자와 엉성한 체계, 구색만 맞춰놓은 듯한 인프라, 돌려 막기 하듯 활용되는 인력, 짠내 풍기는 복지 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난처한 상황들. 이런 문제들의 꼬리를 따라가보면 대부분 제한적인 재원에서 비롯된다.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이미 인력 자원과 R&D에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현재 투자한 것들의 결과물이 미래의 승패를 좌우하고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과연 사장님들이 모를 리 없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다. 하지만 투자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어두운 미래는 예견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책을 읽으며 ‘중소기업의 사장은 정말 일당 백이 되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느껴졌다. 그런데 간혹 아무나 그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골치 아픈 문제들이 야기되는 것이다. 비단 사장의 경우뿐 아니라 사원, 대리 생활을 거쳐 조직의 관리자 직책으로 올라가게 되기만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것들 것 너무 생긴다. 업무 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선배와 후배 모두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시점을 만나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 할수록 역시나 밸런스 조율이 가장 키포인트라는 것을 또 한번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모든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중간만 가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겠는가? 워크와 라이프 밸런스도 맞춰야 하고, 동료들과 경쟁에서 밸런스도 맞춰야 하고, 가정과 회사의 밸런스도 맞춰야 한다.
책에서 제시한 많은 해결책 중 투명한 운영과 대화를 통한 해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먹구구식 운영과 통보 식의 한 방향 소통은 조직을 가장 빠르게 망치는 지름길이다. 내가 12년째 몸 담고 있는 우리 회사도 성과급이나 주요 인사 발표에 있어 인터넷 뉴스보다 사내 공지가 한 발 느린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럴 때 회사 게시판 분위기가 특히 최악이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아끼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모두들 허탈한 감정을 느낀다. 심지어 언론에는 기업의 입장에서 잘 포장된 기사가 나가기 때문에 사실이 왜곡되어 보도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인상깊었던 내용은 바로 잘못된 보상, 돈을 쓰고도 욕을 먹는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차별적 보상에는 큰 함정이 있다. 특정 그룹 또는 인원에게만 보상을 주게 되면 다른 그룹은 심리적으로 불이익이라고 느끼고 차별대우를 당한다고 느낀다. 이것은 자칫하면 내부 분열로 이어지게 되고 팀 간에 업무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어 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저하게 본인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어떠한 특혜가 나에게 적용될 때는 사기 증진과 노고 치하 차원에서 주어지는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차별대우라고 느끼고 공정하지 못하다며 어떻게든 폄하하려고 한다. 중소기업 사장님에게 각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하지만 돌아가는 구조는 대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IT기업의 대표주자들인 네카쿠배라(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라인)에서 특히 개발자들의 몸값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하다 보니 이를 보는 많은 회사원들이 상대적 박탈감 또는 무력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제조업이나 여타 다른 업계에 있는 대기업 직원들도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내가 마음속에서 애사심이 우러나왔던 적이 언제였더라?’ 돌이켜 보니, 만족스러운 정도의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을 때와 회사에서 내 가족을 챙겨줄 때였다. 내 가족이 ‘내가 우리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낄 때 나는 곱절로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사장과 직원은 추구하는 방향 자체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직원들은 적게 일하고 많은 보상을 받길 원하고 회사는 적은 보상을 지급하고 많은 일을 해내길 바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건강하세요’나 ‘부자 되세요’처럼 상투적인 인사를 건네곤 했지만 요즘 들어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라는 덕담을 나눈다. 사장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인사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반대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최대한 화합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담겨있다. 사장님들 그리고 조직의 관리자들이 겪는 고충과 고민들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책을 우리 회사 리더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리더가 되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찾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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