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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일상 리뷰
감사하는 일상/슬.노.생(슬기로운 노비생활)

대감집 노비 12년차

by 책린이 이과장!!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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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부모님 카메라

습관처럼 손가락을 튕기며 핸드폰으로 인터넷 페이지들을 넘긴다.
하릴없이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어떤 기사가 눈에 띄면 빠르게 움직이던 시선이 재깍 멈춘다.
이런 경우 대개는 나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내용이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관한 기사도 그 중에 하나다.
(심리를 제대로 간파해서 뽑아낸 기레기님의 낚시성 기사를 제외하고는..)

기사 내용을 대충 훑다가 자연스러운 수순인냥 또르륵 스크롤을 내려 댓글들을 살핀다.
댓글을 하나씩 보다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센스있는 댓글도 보이고 편드는 사람, 편 가르는 사람, 욕 하는 사람, 기승전정치이야기 하는 사람 정말 각양각색 다채로운 모습들이 그 안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드립력 끝판왕들도 엄청 많고, 분노에 가득찬 사람들도 정말 많은것 같다.

우리 회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지 내심 궁금해서 댓글들을 읽어보다가
과거에 비하면 비교적 많이 우호적으로 변한 여론을 보며 은근한 흐뭇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들어 좀 측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기사들 밑에 달리는 댓글 중에 꼭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하나 있는데,
이게 또 센스가 보통이 아니라 머릿속에 콕 박혀버린다.

"노비를 하더라도 대감집 노비를 해라."


'....'
'대감집 노비임에 감사해야하는건가' 생각은 스치듯 안녕이다.

'언제까지 이 노비생활을 해야하는걸까',
'여기서 뭘 더 해야 신분상승을 할 수 있을까',
'노비에 만족해야돼? 나는 대감이 되고 싶은데..',
'언제쯤 월요병이라는 고질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도비(Dobby)가 되고 싶다'와 같은 생각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후죽순 빠르게 뻗어나간다.

그렇다.
나는 대감집 노비생활 12년차 과장 노비다.


이젠 호칭이 없어진지도 시간이 꽤 흘러 '누구누구님'이 되었지만 아직도 입에는 책임,과장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실제로들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데 건강한 문화로 변해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살고있는 동네도 대감집 노비들이 군집해서 살고 있는 지역이라,
산책을 나가도 식당에 가도 대형 마트나 심지어 동네 슈퍼를 가도 대감집 노비들로 가득하다.
주변에는 대감집에서 만나 가정을 이룬 커플 노비들도 많고,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 노비를 만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2011년에 입사하여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났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강산은 모르겠지만 회사도 나도 참 많이 변한 것만은 확실하다.

특별할 건 없지만 이 회사에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내가 겪은 크고 작은 모든 경험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들.
사회로 첫 발을 내딛던 10년 전과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변했는지 등등
큰 이야기부터 소소한 이야기까지 끄적거려 보고자 한다.

지금도 시간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맹렬한 기세로 날아가고 있다.

나의 화살이 대체 앞으로 어디에 날아가서 박히게 될지.. 걱정과 기대를 안고..
지금까지 날아온 궤적을 다시 한번 되짚어 따라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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